종합 > 건강모아
얼음 왕자 슬러시, 알고 보니 '글리세롤' 대폭탄!

무더운 여름철, 아이들의 시선을 빼앗는 형형색색의 슬러시. 하지만 이 시원한 음료가 어린 자녀들에게는 치명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지난 14일(현지 시각) 영국 BBC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국제 학술지 '소아 질환 회보'(Archives of Disease in Childhood)에 "최소 8세까지는 슬러시 섭취를 자제해야 한다"는 엘렌 크루셀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실렸다.
슬러시가 완전히 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탕 대신 사용되는 천연 감미료 '글리세롤'. 바로 이 성분이 문제다. 알코올 및 설탕 대체제로 쓰이는 천연 감미료이나, 어린이가 슬러시를 급하게 마실 경우 글리세롤 중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쇼크, 저혈당증, 실신 등 심각한 증세를 유발할 수 있어 부모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아일랜드 더블린 대학교 연구진은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영국 및 아일랜드에서 슬러시 음료를 마시고 1시간 안에 급성 질환으로 응급 치료를 받은 2~7세 어린이 21명의 사례를 조사했다. 이들 대다수는 슬러시 섭취 후 의식을 잃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 주 저자인 엘렌 크루쉘 교수는 "입원 치료가 필요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가벼운 메스꺼움, 구토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리세롤 함유량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지만, 슬러시를 섭취하는 속도, 식사 동반 여부, 운동 직후 섭취 등에 따라 부작용의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영국 스코틀랜드에서는 3세 남아 앵거스 도넬리가 슬러시를 마시고 30분 만에 의식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도넬리는 슬러시 섭취 후 갑작스럽게 쓰러져 눈 흰자위를 보이며 경련을 일으켰다. 당시 혈당 수치는 현저히 낮았으며, 병원으로 옮겨진 지 2시간 만에 의식을 회복했다.
당시 도넬리의 담당 의사는 "글리세롤 성분이 독성 반응을 유발했기 때문"이라고 소견을 밝혔다.
크루쉘 교수는 "부모는 자녀에게 슬러시를 주는 것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공공 보건 기관은 어린 자녀, 특히 8세 미만의 유아는 글리세롤이 함유된 슬러시를 삼가야 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현재 영국 식품 기준청(FSA)은 5세 미만 어린이는 슬러시를 마시지 않도록 하고, 11세 미만 어린이는 한 잔을 초과하여 섭취하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