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평균 수명이 증가함에 따라 치매는 전 세계적인 건강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한국에서는 치매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다가오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치매 역학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9.25%가 치매를 앓고 있으며, 28.42%는 인지 능력이 저하되어 치매로 악화할 위험이 있는 ‘경도인지장애’ 상태에 있다. 치매 유발 원인으로는 크게 유전적 요인, 생활방식, 환경적 요인이 있으며, 최근 연구에서는 개인의 생활 방식뿐만 아니라 환경적 요인이 치매 발병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고 있다.

 

대기 오염과 교통 소음은 치매 위험을 증가시키는 주요 환경적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조지아 대학교 공중보건대학 연구진은 54개의 기존 연구를 분석하여 환경이 치매 발병에 미치는 영향을 실질적으로 측정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교통량이 많은 주요 도로 근처에서 거주하는 것은 치매 위험을 10% 증가시킨다. 또한,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면 치매 위험이 9% 증가하며, 내연기관 자동차의 배기가스에 포함된 질소산화물에 노출되면 10%의 추가 위험을 더한다. 소음 공해도 치매 발병 위험을 9%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동차 배기가스, 타이어 분진, 브레이크 패드에서 나오는 초미세먼지(PM 2.5) 등이 공기 중에 떠돌며 뇌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환경적 요인에 의해 치매 위험이 높아지는 것과 달리, 공원, 숲, 수변 지역 등 자연 친화적인 환경은 치매 예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자연 환경에 자주 접근할 수 있는 곳에서 거주하는 사람은 치매 발병 위험이 약 6% 낮아진다. 이는 자연 환경이 신체 활동을 촉진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며, 공기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도보 친화적인 환경은 인지 기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식료품점, 커뮤니티 센터, 병원 등 생활 편의시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면, 인지 저하를 예방하는 데 유리하다. 연구진은 사람들이 주요 도로에서 멀리 떨어져 살고, 공원이나 숲을 자주 방문하는 것이 치매 예방에 유익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환경이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기존의 자기 보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연구와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객관적인 환경적 요인을 측정한 이 연구는 신뢰할 수 있는 증거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오염이 심할 때 실내에 머무르며 오염 노출을 줄이는 등의 행동 변화가 뇌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이는 개인적인 환경 관리와 함께, 전체적인 도시 설계에서 치매 예방을 위한 고려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송수항 교수는 연구 결과에 대해 “도시 설계에서 인지 건강을 염두에 두고, 주택과 상점, 필수 서비스 시설이 도보 거리 내에 위치하는 복합용도 개발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는 중요한 조치로, 건강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도시를 설계할 때, 공공 공원이나 보행자 친화적인 거리를 늘리고 대기 질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도시 설계에서 환경적 요소를 고려할 때 치매 예방과 관련된 많은 장점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고령화 사회에서 치매 예방은 개인적인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정책적 차원에서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도시 설계와 정책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공원과 자연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대기 질을 개선하며, 보행자 친화적인 거리와 시설을 마련하는 등 인프라적인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치매와 같은 건강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해결책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도시 환경의 재설계가 중요하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치매 역학조사는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상당수가 치매를 앓고 있거나 그 위험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처럼 치매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환경적 접근이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는 향후 정책과 도시 설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